공부 스트레스에…부모에 ‘욱’하고 ‘욕’하는 아이들(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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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국재능연구소 작성일15-10-07 12:42 조회6,994회 댓글0건본문
[헤럴드경제=이지웅 기자] 서울에 사는 주부 A(36)씨는 올해 초등학교 4학년에 올라간 아들이 학교 숙제를 자주 빼먹고, 일주일에 4번 가는 학원에서도 수업에 집중을 못한다는 얘기를 들어 아들에 크게 화를 냈다. 공부 습관을 길러주기 위한 A씨의 ‘단도리’는 이후에도 수차례 계속됐다.
그러던 A씨는 지난달 담임 선생에게 가슴이 덜컥 내려앉는 얘기를 들었다. “친구들에게 입에 담지 못할 욕설을 자주 한다”는 것이었다.
A씨는 전문가 상담에서 “스트레스가 많은 상태에서 윽박지르며 몰아부치면 아이 감정 조절에 큰 문제가 생긴다”는 진단을 들었다. 놀란 A씨는 이달 아들의 학원을 절반으로 줄였다. 아이에게 큰소리도 내지 않는다.
다른 어머니 B씨도 최근 한 인터넷 학부모 커뮤니티에 유사한 고민을 올렸다. 자꾸 여동생 머리를 잡아당기는 중학생 아들을 혼냈더니 “XX, 장난인데 왜 그래 XX”이라며 소리를 질렀다는 내용이다. B씨는 엉겁결에 아들을 다그치고 말았지만, 이런 일에 어떻게 대응해야할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이 글 밑에는 “우리 아들도 갑자기 욕설을 한 적이 있다”는 경험담이 10여개 잇달았다.
7일 학부모 커뮤니티 등에 따르면 요즘 초ㆍ중ㆍ고 학생 중에는 부모에게 비속어나 욕설을 내뱉는 사례가 적지 않다.
우발적인 경우가 대부분이고 원인도 제각각이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이 평소 학교와 학원에서 아이들이 받는 공부 스트레스가 상당하고, 가정에서 부모에게 들은 언어폭력 등이 안 좋은 영향을 끼쳤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한다.
한양대 교수팀이 발표한 논문 ‘청소년의 비속어 욕설 은어 유행어 사용 실태와 언어 의식 연구’에 따르면, 초등학생이 비속어와 욕설 등 거친 표현을 하는 환경 요인 중 가장 큰 것은 ‘학업 스트레스’, 중ㆍ고생은 ‘부모의 언어폭력에 따른 스트레스’로 분석됐다.
조사 대상 초등생(1600여명) 중 97%, 중ㆍ고생(4300여명) 중 99%가 ‘깝치다, 야리다, 존 나, 빡치다’ 같은 비속어를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비속어를 그 비율은 점점 높아졌다. 중ㆍ고생은 성별에 따른 차이가 없었지만, 초등생은 남학생이 여학생보다 비속어 사용 비율이 높았다.
서울 은평구의 학원 교사 이모씨는 “어른도 안 하는 욕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초등생을 여러 번 봐와서 크게 놀라운 일은 아니다”고 했다. 그는 “대체로 거의 매일 학원을 다닌 탓에 지친 상태에서 짜증을 내며 욕을 하는 경우가 많다. 타이르긴 하는데 안쓰러울 때가 많다”고 했다.
우리 아이들의 학업 스트레스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보건복지부 조사(2014년)를 보면, 우리나라 아동의 삶의 만족도는 100점 만점에 60.3점으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중 최하위였다. 한 단계 위인 루마니아는 76.6점으로 우리와 16점 이상 차이가 났다.
특히 중ㆍ고생에 가해지는 부모의 언어폭력은 자녀를 학원 폭력의 가해자로 만드는 주요 환경 기제로 작용하는 것으로 나타나, 부모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당부한다.
실제 2013년 경찰대 치안정책연구소가 발표한 ‘학교 폭력 가해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가정적 요인 연구’에 따르면, 학폭 가해 학생의 가정 분위기는 ‘잦은 언어폭력에 노출된 경우(34.3%)’가 ‘직접 학대’, ‘부모 간 폭력 목격’(각각 17.1%)보다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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